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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필로그. 누가 좋은 논증을 인정할 것인가

이 책은 학생들의 실패에서 출발했지만, 그 실패를 학생 개인의 탓으로만 환원하기 위해 쓰인 책은 아니다. 학생은 대개 자신이 배운 방식대로 쓴다. 그러므로 학생이 반복하여 병렬 나열에 의존하고, 가짜 반론을 배치하며, 논증되지 않은 함의를 결론에서 확장한다면, 우리가 성찰해야 할 대상은 그 학생뿐 아니라 그 학생을 평가해 온 우리 사회의 기준이기도 하다.

면접관이 정보량과 균형감의 인상을 더 높이 사고, 토론 교육이 승부나 존재감의 과시를 더 많이 보상하며, 상호 존중의 원칙마저 기계적 중립의 규범으로 오해되어 충분한 논증을 통한 결론 형성을 가로막고, 학계와 공적 담론의 권력자들이 구조보다 자세와 분량에 더 쉽게 설득된다면, 좋은 논증과 논증문은 개인의 노력만으로 널리 살아남기 어렵다. 그러므로 논증 교육의 개혁은 학생을 더 열심히 훈련시키는 데서 끝날 수 없다. 무엇을 좋은 글로 인정할 것인지, 무엇을 실제 기여로 평가할 것인지, 누가 어떤 기준으로 발언의 무게를 승인할 것인지를 다시 묻는 데까지 나아가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이 책은 작법서이면서도 작법서에만 머물지 않는다. 그것은 문장의 기술을 넘어, 더 나은 판단을 가능하게 하는 공동체의 규범을 다시 세우려는 하나의 제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