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성형 AI 시대 대학 교육의 목적과 평가정당성
2026/4/23
손제연(서울대학교 학부대학)
DeepWrite AI Policy와 대학글쓰기2 AI Policy 도출을 위한 초안
1. 배경묘사: 교수자들이 현재 경험하고 있는 중요한 Scenes
생성형 AI가 대학 수업에 들어온 이후 교수자가 마주하는 문제는 단순히 “학생이 남의 문장을 베꼈는가”가 아니다. 더 근본적인 문제는 학생이 제출한 결과물이 과연 그 학생의 독해, 사고, 판단, 표현, 수정 능력을 얼마나 반영하는가가 불투명해졌다는 데 있다. 필자의 DeepWrite의 AI Policy가 처음부터 저작권 침해나 표절 여부를 직접 판단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수강생의 기초적 글쓰기 역량 향상과 그 역량의 공정한 평가를 위해 마련된다고 밝히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이 정책은 최종 결과물의 외형적 완성도보다 학생이 수업을 통해 자신의 생각을 구성하고 문장과 문단으로 조직·수정해 나가는 과정을 평가 대상으로 삼는다. ([DeepWrite]1)
첫 번째 장면은 결과물은 좋아졌지만 학습의 경로가 보이지 않는 장면이다. 학생의 최종 글은 매끈하고 구조도 안정되어 있지만, 수업 중 작성한 초고, AI FREE 활동, 코멘트 과제, 수정 메모와 연결되지 않는다. 이 경우 교수자는 “좋은 글”을 보면서도 그것이 수업의 결과인지, AI가 제공한 구조·표현·논리의 결과인지 판단하기 어렵다. DeepWrite Policy가 AI FREE 과제를 학생 역량의 기준점, 즉 baseline으로 삼고, 이후 제출물과의 차이를 자동 감점 사유가 아니라 추가 확인의 사유로 삼는 것은 바로 이 장면을 겨냥한다. ([DeepWrite]1)
두 번째 장면은 학생이 읽기와 문제설정의 과정을 우회하는 장면이다. 대학 글쓰기에서 중요한 것은 단순히 문헌의 내용을 “아는 것”이 아니라, 문헌을 읽고 그 안에서 논제, 쟁점, 딜레마, 반론 가능성, 자신의 주장으로 이어지는 문제의식을 형성하는 것이다. 그러나 AI는 자료 요약, 쟁점 정리, 찬반 논거 제시, 개요 구성까지 매우 빠르게 수행한다. 그 결과 학생은 원문을 충분히 독해하지 않고도 “그럴듯한” 문제의식과 개요를 얻게 된다. DeepWrite Policy가 과제의 주제, 주장, 논거, 반론, 결론, 개요, 문단 순서, 논증 구조를 AI가 산출하게 하는 것을 금지하는 이유는 이 대체 현상 때문이다. ([DeepWrite]1)
세 번째 장면은 학생 사이의 평가 조건이 달라지는 장면이다. 어떤 학생은 주제 설정부터 문단 조직, 초고, 수정까지 스스로 수행한다. 다른 학생은 AI에게 배경지식, 구조, 문장 윤문, 반론 구성, 결론 정리를 상당 부분 의존한다. 두 학생의 최종본이 같은 루브릭으로 평가되면, 표면상으로는 같은 과제이지만 실제로는 다른 조건에서 산출된 결과물이 비교된다. 그래서 이 정책은 AI 사용 여부, 도구명, 사용 목적, 사용 범위, 과제 문안에 직접 반영되지 않았다는 진술, 초고·개요·수정 메모 같은 과정 자료를 함께 제출하게 한다. 흥미로운 점은 허용 범위 내의 AI 활용을 솔직히 밝히는 것이 감점 사유가 아니라고 명시한다는 점이다. 이는 처벌보다 평가조건의 가시화를 우선하는 설계다. ([DeepWrite]1)
네 번째 장면은 교수자가 표절 판정 프레임만으로는 설명할 수 없는 위화감을 느끼는 장면이다. 표절 검사에는 걸리지 않고, 인용 형식도 크게 문제되지 않지만, 학생의 글이 수업 중 수행과 지나치게 괴리되어 있거나, 학생이 자신의 논증 구조를 충분히 설명하지 못하는 경우가 있다. 이때 문제는 “타인의 문장을 훔쳤는가”라기보다 “학생이 이 과제를 통해 증명해야 할 능력을 실제로 수행했는가”이다. 최근 생성형 AI와 평가 논의에서도, 초기에는 AI 사용이 표절이나 학업부정으로 주로 인식되었지만, 점차 과제별로 AI 사용의 적절한 범위와 투명성을 명확히 해야 한다는 더 세밀한 접근으로 이동하고 있다. ([arXiv]2)
다섯 번째 장면은 교수자가 감시자가 아니라 평가 설계자로 재위치되어야 하는 장면이다. AI 탐지, 처벌, 금지 중심 대응은 교수자에게 불가능한 부담을 준다. 반대로 과제 설계, 수업 중 작성, 과정자료, 자기 설명, 피드백 반영, AI 사용 범위 선언을 결합하면 교수자는 사후 적발자가 아니라 학습 증거를 설계하고 해석하는 평가자가 된다. TEQSA의 생성형 AI 평가개혁 문서도 생성형 AI가 기존 고등교육 평가의 문제를 악화시켰지만, 디지털 세계와 AI를 고려한 평가 설계에 관한 축적된 지식이 존재한다고 전제한다. ([TEQSA]3)
2. 도입: 대학 교육의 목적과 평가의 기본 철학
대학 교육의 목적은 단순한 정보 전달이나 직업기술 훈련으로 환원될 수 없다. 고등교육 철학에서 반복적으로 강조되어 온 것은 대학 교육이 학생에게 비판적 판단, 자기성찰, 지적 자율성, 논증 능력을 길러야 한다는 점이다. Barnett은 고등교육의 이념 안에 정신의 해방이라는 요소가 포함되어 있으며, 그것은 학생의 비판적 자기성찰, 열린 학습, 학문 간 관점 형성을 통해 회복될 수 있다고 본다. Nussbaum 역시 인문학과 민주주의 교육의 관련을 논하면서, 소크라테스적 논증 교육, 세계시민성, 상상력의 함양을 대학 교육의 핵심 축으로 다룬다. ([ERIC]4)
이 관점에서 대학의 평가는 단순히 결과물을 채점하는 행위가 아니다. 평가는 학생이 어떤 능력을 실제로 형성했는지에 대한 증거를 수집하고 해석하는 행위이며, 동시에 학생이 무엇을 중요하게 여기고 어떻게 학습할지를 강하게 형성하는 장치다. Boud와 Falchikov는 고등교육 평가가 학생 학습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며, 평가는 판단을 형성하도록 돕는 행위로 이해되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Biggs와 Tang의 constructive alignment 역시 교육목표, 학습활동, 평가가 서로 정렬되어야 한다는 원리를 제시하고, Wiggins와 McTighe의 backward design은 먼저 원하는 이해와 수행을 정한 뒤, 그것을 입증할 수 있는 증거와 학습경험을 설계해야 한다고 본다. ([Routledge]5)
따라서 생성형 AI 시대의 평가 문제는 “AI를 썼는가/안 썼는가”라는 단순한 문제가 아니라, 과제가 평가하려는 능력과 제출물이 실제로 제공하는 증거 사이의 관계가 무너졌는가의 문제다. 평가가 학생의 이해, 판단, 글쓰기 역량을 확인해야 하는데, AI가 그 핵심 수행을 대신했다면 최종본은 더 이상 그 역량의 충분한 증거가 아니다. 이 점에서 AI Policy는 연구윤리 규정의 하위 항목이 아니라, 교육목표와 평가타당성을 보존하기 위한 수업 설계 문서가 되어야 한다.
또한 현대 평가이론은 피드백과 자기조절학습을 핵심으로 본다. Nicol과 Macfarlane-Dick은 형성평가와 피드백이 학생이 자신의 학습을 통제하는 자기조절학습자가 되도록 도울 수 있다고 보며, 학생이 이미 자신의 작업을 평가하고 내부 피드백을 생성하고 있다는 점을 강조한다. Carless와 Boud의 feedback literacy 논의도 학생이 피드백의 가치를 이해하고, 판단하고, 정서적으로 관리하고, 실제 개선 행동으로 옮기는 능력을 길러야 한다고 본다. ([Strathprints]6)
이러한 평가철학을 AI 상황에 적용하면 핵심은 분명해진다. 대학 평가는 “학생이 만든 산출물”만 보는 것이 아니라, 학생이 산출물을 만들면서 어떤 판단을 했고, 어떤 피드백을 이해했으며, 어떻게 수정했고, 그 결과를 스스로 설명할 수 있는지를 보아야 한다. DeepWrite Policy가 최종 결과물만이 아니라 수업 내 수행, 초고와 수정 과정, 피드백 반영, 자료 이해, 자기 설명 능력을 함께 평가한다고 밝히는 것은 바로 이 평가철학의 실천적 표현이다. ([DeepWrite]1)
3. 본격적 논의 1: 교수자가 주목하는 대학에서의 교육과 평가
대학 교수자가 주목해야 할 첫 번째 지점은 학생이 무엇을 제출했는가가 아니라, 무엇을 할 수 있게 되었는가이다. 대학 교육의 목적이 지적 자율성, 비판적 판단, 논증 능력의 형성이라면, 평가는 산출물의 품질만이 아니라 그 품질이 학생의 역량을 얼마나 타당하게 드러내는지를 물어야 한다. Wiggins와 McTighe가 말하는 backward design의 관점에서 보면, 좋은 과제는 “어떤 결과물이 보기 좋은가”에서 출발하지 않고 “학생이 무엇을 이해하고 수행해야 하는가”에서 출발한다. ([Google Books]7)
두 번째 지점은 평가는 학습을 만든다는 점이다. Boud와 Falchikov가 지적하듯, 평가는 학생의 주의를 무엇이 중요한가로 향하게 만들고 학습의 인센티브를 형성한다. 따라서 어떤 과제에서 AI가 핵심 수행을 대신해도 높은 점수를 받을 수 있다면, 그 과제는 의도와 달리 학생에게 “핵심 사고를 외주화해도 된다”는 학습 메시지를 보낸다. ([Routledge]5)
세 번째 지점은 공정성은 동일한 점수표를 적용하는 것만으로 확보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같은 루브릭이 적용되더라도 산출 조건이 다르면 평가는 공정하지 않을 수 있다. 생성형 AI의 경우 특히 paid model 접근성, 프롬프트 숙련도, 언어능력, 사전 지식, 외부 도움의 정도가 학생마다 다르다. AI Assessment Scale 논의에서도 생성형 AI 도구 접근성이 학생마다 달라질 수 있고, 이는 공정성 문제를 제기한다고 지적된다. ([arXiv]2)
네 번째 지점은 평가의 증거를 다중화해야 한다는 점이다. 최종본 하나만으로는 학생의 실제 능력을 추론하기 어려워졌다. 따라서 수업 중 작성, 초고, 개선본, 코멘트, 자기 설명, 구두 확인, AI 사용 선언을 결합한 증거 사슬이 필요하다. 이는 학생을 의심하기 위한 장치라기보다, 학생의 학습과 성장을 더 잘 보이게 하는 장치다. Carless와 Boud가 말하는 feedback literacy 역시 피드백이 의미를 가지려면 학생이 그것을 이해하고 실제 다음 작업에 반영하는 활동이 필요하다고 본다. ([davidcarless.edu.hku.hk]8)
4. 이에 대한 본 교수자의 관점
DeepWrite AI Policy의 특징은 표절과 연구부정의 언어를 중심에 두지 않는다는 점이다. 이 정책은 AI를 전면 금지하는 문서도 아니고, AI 사용을 자유롭게 허용하는 문서도 아니다. 핵심은 AI가 학습 보조로 기능하는 장면과, 학생이 수행해야 할 사고·표현·수정 과정을 대체하는 장면을 구별하는 것이다. 그래서 정책은 개념 설명, 배경지식 정리, 검색어·쟁점어 획득, 자기 글과 무관한 예시를 통한 논증 방식 학습은 허용하지만, 그 결과가 과제의 용어 선택, 문장 작성, 문단 구성, 논리 구조에 직접 반영되어서는 안 된다고 선을 긋는다. ([DeepWrite]1)
이 관점은 매우 중요한 교육적 판단을 포함한다. 즉, 이 교수자는 AI를 “나쁜 도구”로 보는 것이 아니라, 기초 글쓰기 수업에서 평가하려는 바로 그 능력을 대신 수행할 수 있는 도구로 본다. 주제 설정, 문제의식, 주장, 논거, 개요, 문단 전개, 핵심 문장 작성은 이 수업의 주변 기술이 아니라 핵심 학습성과다. 그러므로 AI가 이 부분을 대신하는 순간, 학생은 과제를 제출했지만 과제의 핵심을 수행하지 않은 것이 된다. ([DeepWrite]1)
이 정책의 또 다른 장점은 AI FREE 과제를 처벌 장치가 아니라 baseline 장치로 설계한다는 점이다. 학생이 수업 중 제한된 조건에서 실제로 어느 정도 읽고, 요약하고, 주장하고, 단락을 구성할 수 있는지를 확인하면, 교수자는 이후 테이크홈 과제의 성장을 더 정교하게 해석할 수 있다. 차이가 난다는 사실 자체는 문제가 아니지만, 그 차이가 초고, 피드백, 수정 과정, 자기 설명과 연결되지 않으면 추가 확인이 필요하다. ([DeepWrite]1)
따라서 이 교수자의 관점은 “AI 사용 여부”보다 교육적으로 설명 가능한 성장을 중시한다. 학생의 글이 좋아지는 것은 바람직하다. 그러나 좋은 평가는 그 개선이 어디서 왔는지를 묻는다. 피드백을 이해했는가, 논증 구조를 스스로 재조직했는가, 문헌을 다시 읽었는가, 자신의 수정 이유를 설명할 수 있는가. 이 물음이 가능하려면 최종본만이 아니라 과정자료가 필요하다. DeepWrite Policy의 제출 시 확인 사항과 평가 원칙은 바로 이 점을 제도화한다. ([DeepWrite]1)
5. 본격적 논의 2: 특히 대학글쓰기2 강좌의 특수성
대학글쓰기2는 일반적인 리포트 제출 과목이 아니라, 독해에서 논증으로, 논증에서 구조로, 구조에서 초고와 최종본으로 나아가는 누적형 글쓰기 훈련이다. 강의계획은 논제와 논증, 문헌독해, 요약문 작성, 요약문 코멘트와 개선, 쟁점과 딜레마 발견, OREO 단문 연습, 5–6단락 논증에세이, 반론과 예상반론, 문헌 목록과 개조식 요약문, 개인별 논증 구조, 기말 초고와 최종본으로 이어진다. 과제 목록 역시 요약문, 쟁점·딜레마 분석, 단문, 5–6단락 논증에세이, 문헌 목록과 개조식 요약문, 개인별 논증 구조, 기말 초고, 최종본, 코멘트 과제, 개선 과제를 촘촘히 배치한다. ([DeepWrite]9)
이 구조는 글쓰기를 “완성본 생산”이 아니라 “사고의 단계적 형성”으로 본다. Flower와 Hayes의 고전적 글쓰기 과정 연구가 보여주듯, 글쓰기는 단순한 문장 산출이 아니라 계획, 선택, 조직, 검토, 재구성의 복합적 인지 과정이다. 그들은 글쓰기 과정을 일련의 고정된 단계가 아니라, 필자가 작문 중 여러 사고 과정을 조율하는 활동으로 이해한다. ([ResearchGate]10)
Sommers의 수정 연구 역시 대학 글쓰기 교육에서 수정이 단순한 표면 교정이 아니라 글의 의미와 구조를 다시 보는 활동임을 보여주는 대표 문헌이다. 따라서 AI가 초고를 매끄럽게 재작성하거나 문체를 일괄 개선하는 것은 단순 편집 보조가 아니다. 그것은 학생이 배워야 할 수정 판단을 대체할 수 있다. DeepWrite Policy가 재작성, 윤문, 문체 개선, 번역, 요약, 압축, 확장, 제출 직전 자동화된 일괄 교정을 금지하는 이유는 이 지점에서 정당화된다. ([NCTE Publications]11)
또한 대학글쓰기2는 글쓰기와 비판적 사고를 분리하지 않는다. Bean의 Engaging Ideas는 글쓰기 활동과 비판적 사고 활동을 결합하여 탐구, 토론, 논쟁을 촉진하는 과제 설계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이 관점에서 글쓰기 과제는 문장을 예쁘게 쓰는 과제가 아니라, 중요한 질문을 발견하고, 근거를 조직하고, 반론을 다루고, 자신의 판단을 명료화하는 과제다. ([Google Books]12)
따라서 대학글쓰기2에서 AI Policy가 상대적으로 엄격한 것은 AI에 대한 보수적 공포 때문이 아니다. 이 강좌에서 AI가 대체할 수 있는 기능들이 바로 강좌가 길러야 하는 핵심 역량이기 때문이다. AI가 배경지식을 설명해 주는 것은 참고자료 사용과 유사할 수 있다. 그러나 AI가 쟁점을 골라주고, 논증 구조를 짜주고, 문단을 만들어주고, 초고를 다듬어주면, 학생은 글쓰기의 핵심 인지 과정을 경험하지 않는다.
이 강좌의 특수성은 특히 AI FREE 활동에서 잘 드러난다. 요약문 작성, 코멘트 작성, 단문 연습, 서론 작성, 개조식 요약문 작성, 개인별 논증 구조 작성 등은 모두 학생이 제한된 조건에서 실제 능력을 수행하도록 설계되어 있다. 후반부에는 조별 문헌 리서치, 개인별 논증 구조, 구조 개선안, 교수자 코멘트, 조별 토론, 초고, 최종본으로 이어지는 장기적 피드백 루프가 형성된다. ([DeepWrite]9)
이런 수업에서는 AI 사용 규정이 단지 부정행위 방지 규칙이 아니라, 강의 전체의 훈련 구조를 보존하는 장치가 된다. 학생이 AI를 통해 중간 단계를 건너뛰면, 과제 하나의 공정성만 무너지는 것이 아니라 강좌 전체의 누적 설계가 무력화된다. 그러므로 대학글쓰기2의 AI Policy는 “AI를 쓰지 말라”는 금지 조항이라기보다, “이 강좌에서 반드시 학생 자신이 수행해야 할 사고와 표현의 구간은 어디인가”를 명시한 교육 설계 문서다.
6. 제안과 도출: 대학 Policy와 대학글쓰기2 Policy
6.1 대학 차원의 AI Policy 도출
대학 차원의 정책은 개별 과목보다 더 넓고 유연해야 한다. 모든 수업에서 AI를 동일하게 금지하거나 동일하게 허용하는 방식은 적절하지 않다. 생성형 AI 시대의 대학 공통 정책은 다음 원칙을 가져야 한다.
첫째, 학습성과 우선 원칙이다. 각 수업은 먼저 무엇을 평가하려는지 명확히 해야 한다. 지식 회상, 개념 이해, 문제 해결, 글쓰기, 코딩, 디자인, 실험, 협업, 전문직 판단 등 학습성과가 다르면 AI 허용 범위도 달라져야 한다. 이는 constructive alignment와 backward design의 기본 원리에 부합한다. ([Google Books]13)
둘째, 과제별 AI 사용수준 명시 원칙이다. 대학 공통 정책은 “AI 금지/허용”의 이분법이 아니라, 과제별로 AI 사용 가능 수준을 명시하도록 해야 한다. AI Assessment Scale은 AI 사용의 적절한 수준을 교육목표에 따라 선택하고, 학생과 교수자에게 명료성과 투명성을 제공하는 도구로 제안된다. 이 접근은 대학 전체의 표준화와 개별 과목의 유연성을 함께 확보할 수 있다. ([arXiv]14)
셋째, 평가증거 다중화 원칙이다. 최종본만으로 학생 역량을 판정하기 어려운 과제에서는 수업 중 수행, 중간 산출물, 초고, 수정 메모, 피드백 반영 기록, 자기 설명, 구두 확인 등을 결합해야 한다. 이는 학생을 감시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평가의 타당성을 확보하기 위한 것이다. Boud와 Falchikov의 표현을 빌리면, 평가는 학생의 판단 형성을 돕는 장치가 되어야 하며, 단순 분류와 등급화에 그쳐서는 안 된다. ([Routledge]5)
넷째, 투명성 및 선언 원칙이다. 학생이 허용 범위 내에서 AI를 사용했다면 그것을 처벌할 것이 아니라, 어떤 도구를 어떤 목적으로 어느 범위에서 사용했는지 기록하게 해야 한다. 무기록·무설명 상태가 불필요한 의심과 불공정성을 키운다. DeepWrite Policy가 허용 범위 내 AI 활용의 솔직한 공개를 감점 사유가 아니라고 명시한 것은 대학 차원의 정책에도 확장할 수 있는 중요한 원칙이다. ([DeepWrite]1)
다섯째, 탐지 의존 최소화 및 절차적 공정성 원칙이다. AI 탐지 도구나 문체 차이만으로 학생을 처벌해서는 안 된다. 대신 교수자는 어떤 자료와 어떤 판단 근거에 의해 추가 확인이 필요한지 설명해야 하며, 학생도 자신의 작성 과정을 설명할 기회를 가져야 한다. DeepWrite Policy의 이의제기 조항은 이 점에서 대학 차원의 due process 모델로 확장 가능하다. ([DeepWrite]1)
여섯째, 공정한 접근성 원칙이다. AI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과제에서는 학생들이 접근 가능한 도구, 유료 도구 사용 가능성, 언어적·기술적 격차를 고려해야 한다. AI Assessment Scale 논의도 AI 도구 접근성 차이가 평가의 level playing field를 흔들 수 있음을 지적한다. 대학 정책은 AI 활용 교육과 접근성 보장을 함께 다뤄야 한다. ([arXiv]2)
이상의 원칙을 종합하면, 대학 차원의 AI Policy는 다음과 같이 요약될 수 있다. 대학은 생성형 AI를 일률적으로 금지하거나 일률적으로 허용하지 않는다. 각 교과목은 학습성과에 따라 AI 사용 가능 범위를 과제별로 명시하고, AI 사용이 평가하려는 핵심 역량을 대체하지 않도록 설계하며, 학생은 허용된 사용을 투명하게 기록한다. 교수자는 최종 산출물만이 아니라 과정자료와 자기 설명을 포함한 다중 증거를 통해 평가하고, 의심 사례는 절차적 공정성에 따라 확인한다.
6.2 대학글쓰기2 AI Policy 도출
대학글쓰기2의 정책은 대학 공통 정책보다 더 엄격할 수밖에 없다. 그 이유는 이 강좌의 핵심 학습성과가 바로 AI가 가장 쉽게 대체할 수 있는 영역, 즉 독해, 문제설정, 주장 형성, 논거 조직, 문단 구성, 초고 작성, 수정 판단이기 때문이다.
대학글쓰기2 Policy의 첫 번째 원칙은 핵심 사고 직접수행 원칙이다. 학생은 주제 설정, 문제의식, 주장, 논거, 반론, 결론, 개요, 문단 전개, 핵심 문장을 직접 작성해야 한다. AI가 이 부분을 대신하면 학생은 과제의 외형을 제출했을 뿐, 강좌의 핵심 학습성과를 수행하지 않은 것이다. 이 원칙은 DeepWrite Policy의 기본 원칙과 금지 조항에 이미 명확히 구현되어 있다. ([DeepWrite]1)
두 번째 원칙은 읽기 우회 금지 원칙이다. 학생은 원문을 읽고, 문헌의 thesis와 argument를 파악하고, 쟁점과 딜레마를 찾아야 한다. AI 요약을 통해 원문 독해를 대체하거나, 그 요약을 바탕으로 과제 문장과 문단을 작성하는 것은 금지되어야 한다. 대학글쓰기2에서 요약은 축약 기술이 아니라 논증 독해 훈련이기 때문이다. 강의계획상 초반부의 문헌독해, 요약문 작성, 요약문 코멘트, 요약문 개선은 바로 이 역량을 누적적으로 훈련한다. ([DeepWrite]9)
세 번째 원칙은 AI FREE baseline 원칙이다. 요약, 단문, 서론, 개조식 요약, 논증 구조 등 핵심 구간에서는 일정한 AI FREE 수행이 필요하다. 이는 처벌이나 감시가 아니라 학생의 실제 수행 능력을 확인하고 이후 성장의 기준점을 마련하기 위한 것이다. 이 baseline은 기말 최종본을 의심하기 위한 도구가 아니라, 학생의 성장과 개선을 더 정교하게 설명하기 위한 교육적 기준이다. ([DeepWrite]1)
네 번째 원칙은 과정 포트폴리오 원칙이다. 대학글쓰기2의 주요 과제는 단발성 제출물이 아니라 초고, 코멘트, 개선, 논증 구조, 개선본, 기말 초고, 최종본으로 이어져야 한다. 따라서 학생은 AI 사용 여부와 함께 초고, 개요, 수정 메모, 피드백 반영 기록을 제출해야 한다. 이것은 학생에게 추가 행정 부담을 주기 위한 것이 아니라, 글쓰기 학습 자체를 보이게 하는 장치다. ([DeepWrite]15)
다섯 번째 원칙은 자기 설명 가능성 원칙이다. 학생은 자신의 글에 대해 왜 이 주제를 택했는지, 왜 이 논거를 배치했는지, 어떤 반론을 예상했는지, 초고에서 무엇을 수정했는지 설명할 수 있어야 한다. 대학글쓰기2의 최종본은 텍스트만으로 평가되는 것이 아니라, 학생이 그 텍스트의 형성과정을 이해하고 있는지까지 함께 평가되어야 한다. DeepWrite Policy가 최종 결과물에 대한 자기 설명 능력을 평가 요소로 포함시키고, 필요시 구두 확인이나 인터뷰를 요청할 수 있도록 한 것은 이 원칙의 구현이다. ([DeepWrite]1)
여섯 번째 원칙은 피드백 반영의 학습화 원칙이다. 코멘트 과제와 개선 과제는 단순한 부가 과제가 아니라, 학생이 평가 기준을 이해하고 자신의 글을 다시 판단하는 훈련이다. Carless와 Boud의 feedback literacy 논의에 비추어 보면, 피드백은 교수가 학생에게 전달하는 정보만이 아니라 학생이 그것을 이해하고 다음 작업에서 행동으로 옮기는 과정이다. 대학글쓰기2의 코멘트와 개선 과제는 이 피드백 문해력을 강좌 안에 구조화한 장치로 볼 수 있다. ([davidcarless.edu.hku.hk]8)
이상의 원칙을 종합하면, 대학글쓰기2 Policy는 다음과 같이 도출될 수 있다. 대학글쓰기2에서 생성형 AI는 배경지식 이해, 검색어 탐색, 일반적 예시 학습 등 보조적 용도로 제한적으로 사용할 수 있다. 그러나 과제의 핵심 사고, 독해, 주장 구성, 논거 조직, 문단 작성, 초고 작성, 수정 판단, 문체 개선을 대신하게 해서는 안 된다. 평가는 최종본의 완성도뿐 아니라 AI FREE baseline, 초고와 수정 과정, 피드백 반영, 문헌 이해, 자기 설명 능력, AI 사용 기록을 종합하여 이루어진다.
7. 결론: 이 Policy가 발견한 문제
이 Policy가 발견한 문제는 “학생들이 AI로 표절한다”보다 훨씬 정교하다. 핵심 문제는 생성형 AI가 학생의 글쓰기 결과물을 개선하는 동시에, 교수자가 평가하려는 학습의 증거를 흐리게 만든다는 것이다. 학생은 이제 남의 문장을 베끼지 않고도, 문제 설정, 논거 구성, 구조 설계, 문장화, 윤문, 수정이라는 글쓰기의 핵심 과정을 외부화할 수 있다.
따라서 이 정책의 본질은 연구부정 대응이 아니라 평가정당성의 회복이다. 대학 교육이 학생의 비판적 판단과 지적 자율성을 기르는 일이라면, 대학 평가는 그 능력이 실제로 형성되었는지 확인할 수 있어야 한다. 생성형 AI 시대에는 이 확인이 더 이상 최종본 하나만으로 가능하지 않다. 그래서 과정자료, baseline, 사용기록, 자기 설명, 피드백 반영, 구두 확인이 필요해진다.
결국 DeepWrite AI Policy와 대학글쓰기2 Policy는 다음 명제로 요약될 수 있다. AI는 학습을 도울 수 있지만, 학생이 평가받아야 할 핵심 수행을 대신해서는 안 된다. 대학의 평가는 완성된 텍스트의 품질이 아니라, 그 텍스트를 산출할 수 있는 학생의 역량과 판단을 공정하게 확인해야 한다.
-
https://deepwrite.github.io/2026SPRING/AI-Policy/?utm_source=chatgpt.com “생성형 AI 활용 정책 2026-1학기” -
https://arxiv.org/pdf/2312.07086?utm_source=chatgpt.com “https://arxiv.org/pdf/2312.07086” ↩ ↩2 ↩3
-
https://www.teqsa.gov.au/guides-resources/resources/corporate-publications/assessment-reform-age-artificial-intelligence “Assessment reform for the age of artificial intelligence Tertiary Education Quality and Standards Agency” -
https://eric.ed.gov/?id=ED325039 “ERIC - ED325039 - The Idea of Higher Education., 1990” ↩
-
https://www.routledge.com/Rethinking-Assessment-in-Higher-Education-Learning-for-the-Longer-Term/Boud-Falchikov/p/book/9780415397797 “Rethinking Assessment in Higher Education: Learning for the Longer Ter” ↩ ↩2 ↩3
-
https://strathprints.strath.ac.uk/3235/ “ Formative assessment and self-regulated learning : a model and seven principles of good feedback practice - Strathprints” ↩
-
https://books.google.co.kr/books?id=hL9nBwAAQBAJ “Understanding by Design - Grant Wiggins, Jay McTighe - Google 도서” ↩
-
https://davidcarless.edu.hku.hk/student-feedback-literacy/ “Student feedback literacy Personal Website of Professor David Carless” -
https://deepwrite.github.io/2026SPRING/syllabus/ “강의계획서 2026-1학기” -
https://www.researchgate.net/publication/239552089_A_Cognitive_Process_Theory_of_Writing “(PDF) A Cognitive Process Theory of Writing” ↩
-
https://publicationsncte.org/content/journals/10.58680/ccc198015930 “Revision Strategies of Student Writers and Experienced Adult Writers ncte.org” -
https://books.google.com/books/about/Engaging_Ideas.html?id=kAYwxgEACAAJ “Engaging Ideas: The Professor’s Guide to Integrating Writing, Critical … - John C. Bean - Google ブックス” ↩
-
https://books.google.com/books/about/Teaching_For_Quality_Learning_At_Univers.html?id=XhjRBrDAESkC “Teaching For Quality Learning At University - Biggs, John, Tang, Catherine - Google Books” ↩
-
https://arxiv.org/abs/2312.07086?utm_source=chatgpt.com “The AI Assessment Scale (AIAS): A Framework for Ethical Integration of Generative AI in Educational Assessment” ↩
-
https://deepwrite.github.io/2026SPRING/assignments/ “과제 제출 방법 2026-1학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