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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장. 본론은 왜 무너지는가: 병렬 나열, 가짜 균형, 랜덤 근거

학생들은 대개 본론에서 가장 많이 무너지고, 또 본인이 가장 잘 쓰고 있다고 느끼는 부분도 본론이다. 그 이유는 본론이야말로 앞에서 본 사회적 배경과 습성이 가장 직접적으로 드러나는 자리이기 때문이다. 목적의 미끄러짐, 구조보다 외양을 먼저 보는 습관, 장르 혼동은 본론에서 가장 직접적으로 폭발한다.

1. 가장 흔한 실패

학생은 흔히 이런 방향으로 글을 쓰게 된다. “생물학적 이유도 쓰고, 윤리적 이유도 쓰고, 사회적 이유도 쓰고, 정치적 함의도 쓰면 글이 풍부해 보이겠지.” 그러나 이렇게 배치된 이유들은 대개 하나의 결론으로 모이지 않는다. 독자는 여러 조각 정보를 읽었을 뿐, 왜 결국 이 결론이 따라나와야 하는지는 이해하지 못한다.

실패 장면

예를 들어 “낙태는 허용되어서는 안 된다”는 결론을 옹호하려는 학생 글이 다음처럼 짜이는 경우를 생각해 보자. 첫 단락에서는 생물학적 사실을 말한다. 수정 순간부터 생명이 시작된다는 것이다. 둘째 단락에서는 인간 존엄성의 중요성을 말한다. 셋째 단락에서는 사회가 생명을 보호해야 한다는 일반론을 말한다. 넷째 단락에서는 반대 입장도 고려해야 하므로 여성의 자기결정권을 잠깐 언급한다. 그리고 마지막에 따라서 낙태는 허용되어서는 안 된다고 쓴다. 이 글은 분량도 있고, 여러 분야를 건드린 것처럼 보이지만, 각 단락이 정확히 어떤 전제를 입증하고 있으며 왜 그 전제로부터 결론이 따라나오는지는 보이지 않는다.

2. 왜 이런 본론이 자꾸 생기는가

이 실패는 단순히 학생이 게을러서 생기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성실한 학생일수록 더 쉽게 빠진다. 시험용 논술, 면접 준비, 시중 글쓰기 조언, 학원식 훈련은 지속적으로 이런 메시지를 준다.

  • 다양한 근거를 들어라.
  • 중복되지 않게 써라.
  • 창의적인 이유를 하나 넣어라.
  • 반대 입장도 넣어라.

이 조언은 겉보기에 균형 잡히고 풍부한 글을 만들어 준다. 그러나 실제로는 “지식에 기여하는 논증문”이 아니라 “내가 이것저것 많이 아는 사람이라는 인상”을 남기는 글을 만들기 쉽다. 즉 본론은 논증의 장이 아니라 인상 관리의 장으로 전락한다.

비슷한 오해는 학술 형식 교육에서도 나타난다. 학생은 IMRaD 같은 틀을 배우면서 글의 각 부분이 어디에 무엇을 넣는 자리인지는 익힐 수 있다. 그러나 그 형식적 배분 능력만으로는, 왜 어떤 전제가 먼저 와야 하고 어떤 objection이 뒤에 와야 하며 어떤 결론이 실제로 따라나오는지까지 배우기는 어렵다. 형식의 칸을 채우는 일과 논증을 세우는 일은 겹치지만 같지 않다.

더구나 초보자의 눈에는 IMRaD가 논증의 핵심을 직접 드러내기보다 오히려 가리는 경우도 많다. 그 형식에서는 논증의 상당 부분이 Methods와 Results, 그리고 이미 축적된 이론적 배경과 학문적 관행에 기대어 작동한다. 물론 그것 역시 논증이다. 그러나 학생이 아직 자기 손으로 전제와 결론의 관계를 세우는 훈련이 부족한 단계라면, 이런 형식은 무엇을 어디에 배치하는가의 문제로 먼저 읽히기 쉽고, 왜 이 결론이 따라나와야 하는가라는 더 기초적인 연습은 뒤로 밀리기 쉽다.

왜 문제인가

강의에서 여러 번 본 장면이 바로 이것이다. 학생은 서로 겹치지 않는 이유를 찾으려 애쓴다. 생물학은 이미 썼으니 이번에는 사회학을 넣고, 윤리학은 썼으니 이번에는 정치철학을 넣는다. 그러나 논증문에서는 서로 다른 분야를 얼마나 많이 건드렸는지가 아니라, 그 이유들이 하나의 결론을 위해 누적적으로 작동하는지가 중요하다.

3. 본론의 재정의

본론은 다음 세 기능 중 하나를 수행해야 한다.

  • 핵심 전제를 제시하고 입증한다.
  • 그 전제에 대한 objection을 처리한다.
  • 이미 확보된 전제들로부터 결론이 따라나온다는 점을 보여 준다.

이 셋 가운데 어느 역할도 하지 않는 단락은 분량을 늘릴 수는 있어도 논증을 강화하지는 못한다. 본론의 성패는 얼마나 많은 이야기를 했는지가 아니라, 각 단락이 이 셋 가운데 무엇을 했는지로 판단해야 한다.

4. 병렬 나열이 왜 치명적인가

병렬 나열식 본론은 두 가지 점에서 치명적이다. 첫째, 각 단락이 왜 필요한지 설명하지 못한다. 둘째, 어느 단락이 빠지면 전체 결론이 흔들리는지도 보이지 않는다. 즉 글 전체가 하나의 논증으로 읽히지 않는다.

고쳐 읽기

반대로 논증문다운 본론은 구조가 드러난다. 예를 들어 같은 낙태 논증이라면, 한 단락은 “무고한 사람을 죽이는 것은 도덕적으로 허용될 수 없다”는 전제를 입증하고, 다음 단락은 “태아는 도덕적으로 문제되는 의미에서 사람이다”라는 전제를 입증하고, 그다음 단락은 산모의 건강 같은 예외 상황이 왜 이 논증을 전면적으로 무너뜨리지는 않는지 objection을 처리할 수 있다. 이런 식으로 각 단락의 기능이 보일 때에야 본론은 하나의 논증이 된다.

이것은 짧은 에세이에서는 특히 더 큰 문제다. 단락 수가 적기 때문에, 각 단락은 반드시 추론적 필연성을 가져야 한다.

짧은 5-6단락 논증 에세이에서는 이 점이 더욱 중요하다. 이런 글에서는 각 본론 단락이 하나의 작은 lemma를 맡고, 마지막 결론이 theorem이 되도록 짜는 편이 가장 안정적이다. 학생이 직접 생산한 통계나 실험 자료가 많지 않은 상태에서는, 귀납적 일반화를 크게 벌이기보다 대전제와 소전제의 관계를 분명히 세우는 연역적 구성이 실제 훈련에 더 유리하다.

이런 실습은 때때로 “현실의 학술 글쓰기는 IMRaD인데 왜 이런 5-6단락 훈련을 하느냐”는 의문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 그러나 바로 그 단계에서야말로 방어 논리가 필요하다. 학생에게 더 긴급한 현실은 IMRaD의 표면 형식을 익히는 일이 아니라, 본론 단락 안에서 자기 손으로 논증을 세우는 법을 배우는 일이다. 5-6단락 논증 에세이 실습은 IMRaD를 대체하려는 것이 아니라, 그보다 더 기초적인 능력, 곧 하나의 논제를 세우고 그것을 뒷받침하는 전제와 objection의 관계를 눈으로 보이게 만드는 능력을 훈련하려는 것이다. 형식의 칸을 채우기 전에 추론의 뼈대를 세우는 법을 익혀야, 나중에 어떤 학술 형식을 만나도 자기 논증을 잃지 않는다.

5. 가짜 균형의 유혹

학생들의 글은 또 자주 “반대 입장을 한번 넣으면 균형 있어 보이는” 방향으로 흘러간다. 그래서 본론 후반부에 자기 논증과 직접 연결되지 않는 상대편 가치나 사례를 하나 덧붙인다. 그러나 이것은 실제 objection이 아니라, 논증의 흐름을 흐리는 별도 주장에 불과한 경우가 많다.

가짜 균형은 민주적 태도처럼 보일 수 있다. 하지만 논증문에서 중요한 것은 모든 입장을 조금씩 배분하는 것이 아니라, 내가 세운 논증이 실제로 성립하는가이다.

6. 본론은 지식 기여의 공간이다

이 점을 분명히 해야 한다. 본론은 “내가 많이 읽었다”, “나는 폭넓다”, “나는 편향되지 않았다”를 보여 주는 공간이 아니다. 본론은 하나의 쟁점에서 어떤 판단이 더 정당한지 밀어 올리는 공간이다. 그러므로 본론이 강하다는 것은 말이 많다는 뜻이 아니라, 전제가 정확히 입증되었다는 뜻이다.

7. 왜 OREO만으로는 부족한가

OREO는 단락의 마이크로 구조를 돕는 도구일 뿐, 본론 전체의 구조를 대신하지는 못한다. 이 장은 OREO를 보조 틀로 두면서도, 본론 전체는 반드시 전제 입증 구조로 조직되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즉 OREO는 “한 단락을 어떻게 정돈할 것인가”를 돕지만, “왜 이 단락이 전체 결론을 위해 필요한가”까지 해결해 주지는 않는다.

왜 문제인가

실제로 OREO를 성실하게 쓴 단락도 전체 글 안에서는 무용할 수 있다. 한 단락 안에서 의견, 이유, 예시, 재진술이 모두 들어 있어도, 그 단락이 전체 논증의 어느 전제를 맡는지 설명할 수 없다면 여전히 병렬 나열의 일부일 뿐이다. OREO는 단락 하나를 작은 논증 단위로 만들 수는 있어도, 본론 전체의 추론 구조까지 대신해 주지 않는다.

8. 이 장에서 독자가 가져가야 할 것

이 장을 읽고 나면 학생은 적어도 다음을 말할 수 있어야 한다.

  • 내 본론의 각 단락은 어떤 전제를 입증하는가.
  • 어떤 단락이 병렬 나열에 불과한가.
  • 지금 들어온 반론이 실제 objection인가.
  • 이 단락이 없으면 논증 전체가 어디서 비는가.

이 장은 단락론이면서 동시에 실패 진단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