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athryn Norlock, “Feminist Ethics”, Edward N. Zalta (ed.), The Stanford Encyclopedia of Philosophy (Summer 2019 Edition) 중에서

2.2 여성적 또는 젠더화된 도덕 접근으로서의 돌봄 윤리

재거(Jaggar)는 성별 분리주의(separatism)나 성별에 따라 분리된 현실들에 반대하며, “생리학적 구별을 넘어서는 성적 이분법(sexual polarity)을 믿을 아무런 이유가 없다”고 주장한다(Jaggar 1974, 283). 이러한 입장에서 보자면, 심리학자 캐롤 길리건(Carol Gilligan)의 연구는 도덕적 추론에서 실질적인 성차를 뒷받침할 근거를 찾고자 하는 철학자들에게 큰 영향을 미쳤다. 이는 비록 길리건 자신은 이러한 차이를 극단적인 양극(polar)으로 묘사하지는 않았음에도 그러하다. 그녀의 기념비적인 저서 다른 목소리로(In a Different Voice: Psychological Theory and Women’s Development, 1982)에서 길리건은, 여성의 도덕적 경험을 고려하지 않거나, 여성들을 완전한 도덕 발달에 도달하지 못한 대인관계(interpersonal) 단계에 머무는 존재로 묘사하는 로렌스 콜버그(Lawrence Kohlberg)의 이론을 비판한다(18–19, 30). 길리건은 콜버그가 “권리의 윤리(morality of rights)”와 타인으로부터의 독립을 “책임의 윤리(morality of responsibility)”와 타인과의 관계보다 우월한 것으로 잘못 간주했다고 주장한다(19).

길리건의 연구는 낸시 초도로우(Nancy Chodorow)의 연구를 이어받아, 소년과 남성에게 “분리(separation)와 개체화(individuation)가 젠더 정체성과 결정적으로 연결되어 있다”고 제안한다(Gilligan 1982, 8). 남성성의 발달은 일반적으로 자율성, 권리, 타인과의 단절, 독립을 중시하는 방향으로 나아가며, 타인이나 친밀한 관계를 이러한 가치 추구의 장애물로 보는 경향이 있다. 이러한 관점은 “정의의 관점(perspective of justice)”이라 불린다(Held 1995; Blum 1988). 반면 길리건의 연구에서 여성들은 자율성을 “환상적이고 위험한 탐색(the illusory and dangerous quest)”으로 보면서도(Gilligan 1982, 48), 친밀성, 책임, 관계, 돌봄을 중시하는 관점과 정의의 관점을 모두 표현할 가능성이 있었다. 이러한 관점은 “돌봄의 관점(perspective of care)”이라 불린다(Friedman 1991; Driver 2005).

길리건의 경험적 연구 결과를 윤리이론에 적용하는 철학자들은, 돌봄의 관점이 규범 윤리에서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지를 두고 의견이 갈린다. 넬 노딩스(Nel Noddings)는 영향력 있는 저서 돌봄(Caring: A Feminine Approach to Ethics and Moral Education, 1984)에서, 돌봄의 관점이 여성적(feminine)일 뿐 아니라 명시적으로는 여성주의적(feminist)이라고 주장하며(Noddings 2013, xxiv), 도덕적 행위자가 보편적 원칙보다 관계적 맥락 속에서 돌봄의 대상이 되는 이들의 필요에 주의를 기울이도록 윤리적 지향을 전환해야 한다고 본다. 앞서 언급한 역사적 전통과 마찬가지로 노딩스는 “여성에게 더 보편적이었던 수 세기의 경험”에 주목시키기 위해 여성성(feminine)을 강조하며(xxiv), 이는 “어머니의 목소리가 침묵해 있었던 정도”를 보완하려는 시도이기도 하다(1). 노딩스의 규범 윤리는 관계적 친밀성을 먼 거리의 관계보다 우선시하는 부분성(partiality)의 도덕적 가치를 옹호한다. 버지니아 헬드(Virginia Held, 1993; 2006)와 조안 트론토(Joan Tronto, 1993)는 돌봄의 관점을 대인 관계에 국한하지 않고 사회적이고 정치적인 윤리로 확장하여, 돌봄 윤리가 더 나은 사회와 더 나은 타자 대우를 실현하는 통로가 될 수 있다고 본다. 헬드와 사라 루딕(Sara Ruddick, 1989) 모두는, 도덕적·정치적 무관심으로 인해 취약한 이들의 안녕을 보장하지 못하는 정책들을 비판하면서, 아이들의 취약성과 어머니의 관점을 우선시하는 사회적 전환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이러한 논의는 에바 페더 키타이(Eva Feder Kittay)의 “2차적(derivative)” 또는 “파생적” 의존자로서의 돌봄 제공자에 대한 관심 속에서 더욱 정교화된다(1999). 규범 이론 및 응용 윤리 분야에서, 돌봄 노동과 직장 내 관계에서의 돌봄은 21세기 철학에서 점차 주목받고 있으며, 이는 관계적 지원 제공과 클라이언트 중심 직업이 요구하는 윤리적 책무에 대한 인식과 돌봄 윤리의 다양화된 변형들이 영향을 미친 결과이다(Kittay 1999; Feder and Kittay 2002; Tronto 2005; Lanoix 2010; Reiheld 2015).

로빈 딜런(Robin Dillon)은 “한동안 돌봄 윤리는 여성주의 윤리에서 지배적 접근 방식이었고, 따라서 여성주의적 덕 윤리 논의 역시 그러했다”고 말한다(2017b, 574). 돌봄 윤리는 여전히 여성주의 윤리와 밀접히 연관되어 있지만, 길리건의 심리학 연구와 노딩스의 철학 이론은 곧바로 논쟁의 대상이 되었다(Superson 2012). 일부 여성주의 윤리학자들은, 돌봄 윤리가 돌봄과 관련된 여성성의 억압된 역사에 가치를 부여함으로써 오히려 이를 정당화한다고 비판한다(Card 1996). 억압의 맥락 속에서 형성된 여성성과 돌봄 실천의 복합적인 역사로 인해, 여성의 행위성이 “도덕적으로 손상(moral damage)”될 가능성이 제기되기도 한다(Tessman 2005). 만약 이러한 여성적 역사가 특정 관계에만 주의를 집중하게 하고, 보다 광범위한 사회 제도나 구조적 정치 부정의에 대한 관심을 소홀히 만든다면, 돌봄 윤리는 체계적·제도적 억압을 변화시키기 위한 여성주의적 전망을 결여할 위험이 있다(Hoagland 1990; Bell 1993). 또 다른 우려로는, 단방향적 돌봄이 돌봄 제공자의 착취를 가능케 할 수 있다는 점(Houston 1990; Card 1990; Davion 1993), 돌봄이 타자나 비대면 관계에서 영향을 받는 이들에 대한 도덕적 책임을 배제할 위험이 있다는 점(Card 1990), 그로 인해 정치적·물질적 현실을 외면하는 배타적 윤리로 전락할 수 있다는 점이 있다(Hoagland 1990). 또한, 일부 여성들이 돌봄을 우선시한다는 사실을 모든 여성의 성향으로 일반화할 경우, 여성의 목소리에 내재된 복합적 다양성을 무시하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Moody-Adams 1991). 끝으로, 여성의 온화하고 자비로운 감정에 대한 집착은, 여성 또한 해악과 부정의—특히 인종적·계급적 특권에서 비롯된 부정의—를 저지를 수 있다는 사실에 주의를 기울이지 못하게 할 수 있다(Spelman 1991).

이러한 비판들은 대체로 돌봄 윤리가 여성성을 가치 있는 것으로 전제하는 데서 문제가 발생한다고 본다. 이들은 비판적 여성주의 관점은 여성성의 가치를 회의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여성성이 본질적으로 남성성과의 관계 속에서만 규정되며, 그로 인해 진정하지 못하거나 비판적으로 충분치 못한 관점으로 간주되어야 하는지, 혹은 오히려 여성성이 도덕적·가치적 행위자가 여성주의 프로젝트에 기여하는 독자적인 시각으로서, 남성성의 전통이 남긴 오류나 과잉을 시정하는 역할을 할 수 있는지는 여전히 논쟁 중이다(Irigaray 1985; Harding 1987; Tong 1993; Bartky 199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