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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입법조사처 2024. 2. 8. 제2193호

장애인 탈시설 논쟁: 자립인가 방치인가

김준형

2021년 8월 정부는 장애인 탈시설 로드맵을 발표하였지만, 탈시설 찬성·반대 측 모두 이를 비판하고 있다. 정부의 탈시설 로드맵은 사업완료 시점에 거주시설 장애인 전체의 87%가 지역사회의 그룹홈·개별주택에 주거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이와 관련하여, 그룹홈의 시설 여부, 중증발달장애인의 탈시설 여부 등이 쟁점이 되고 있다. 해외 사례를 참고하여, 그룹홈의 시설 요소 최소화, 중증발달장애인 돌봄 강화 및 탈시설 장애인 부모 지원 정책 등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

1. 장애인 탈시설 논란

2021년 8월 지난 정부는 탈시설 장애인 지역사회 자립지원 로드맵을 발표하였다.1 이는 국정과제인 장애인 자립생활 정착 생활환경 조성에 따른 것이다.

또한 현 정부는 시설거주 장애인 등의 지역사회 자립을 위한 주택 및 주거서비스 지원을 국정과제 주요내용으로 명시하였으며, 2023년 3월 「제6차 장애인정책종합계획」을 발표하며 기존 탈시설 로드맵을 보완하여 탈시설 정책을 계속 추진해나갈 것임을 밝혔다.

이에 대해 탈시설을 찬성하는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이하 전장연) 등은 탈시설 로드맵의 방향성이 탈시설이 아닌 시설 소규모화에 불과하다고 비판하였다.2

반면 탈시설을 반대하는 장애인거주시설이용자 부모회(이하 시설 부모회) 등은 탈시설로 인해 장애인 돌봄 책임이 가족에게 돌아오게 될 것이라며 탈시설 로드맵 철회를 요구하였다.3

정책의 보완이 없다면 갈등은 더욱 심화될 것으로 보인다. 전장연 회원들은 출근길 지하철 탑승시위를 이어 나가고 있으며, 이로 인해 체포와 기소를 당하기도 하였다.4 반면 시설 부모회 회원들은 탈시설 로드맵의 철회를 요구하는 집회를 벌이며 전장연의 해체를 주장하기도 하였다.5

이 보고서에서는 정부 탈시설 로드맵의 기본내용과 관련 쟁점을 살펴보고, 해외사례를 참고하여 개선과제를 제시하고자 한다.

발행처 국회입법조사처
발행인 박상철 국회입법조사처장
저자 김준형 사회문화조사실 보건복지여성팀 입법조사관보
02-6788-4728 | junbro@assembly.go.kr

2. 탈시설 로드맵 기본내용

2022년부터 2024년까지 3년간 시범사업 추진 및 법령개정·인프라 구축 등을 실시하고, 2025년부터 본격적으로 사업을 추진하여 2041년에 거주전환을 마무리한다.

시설 거주 장애인은 2025년 20,120명에서 2041년 2,193명6이 될 것으로 예상되며, 지역사회 주거 장애인(공동형주거7 + 개별형주거)은 2025년 5,830명에서 15,582명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표 1] 탈시설 로드맵에 따른 주거유형별 장애인 규모 추이

연말 누적인원 기준, 단위: 명

연도 거주시설(전문서비스) 공동형주거 개별형주거
2025 20,120 5,436 394 25,949
2030 13,384 7,393 2,159 22,936
2035 7,714 8,986 3,626 20,327
2040 3,025 10,287 4,847 18,159
2041 2,193 10,517 5,065 17,775

※ 자료: 보건복지부, 「탈시설 장애인 지역사회 자립지원 로드맵」, 2021.

공동생활가정(이하 그룹홈)의 유형을 다양화하고 거주자 중심으로 운영한다. 기존 거주인 4인당 종사자 1인이라는 획일적인 기준에서 벗어나 이용자 특성에 따라 인력배치·운영기준 등을 차등 적용한다.

[표 2] 중증도별 그룹홈 운영모델(안)

구분 독립형/표준형 간접지원 집중지원
지원기준 독립생활 가능 훈련 필요 집중지원 필요
지원서비스 금전 관리 등 간접지원 개인별 자립지원계획 지원 낮시간 활동 기획 및 의료연계
지원형태 주 2~3회 방문 출·퇴근 상주근무(교대)
인력기준(거주인 4인당) 0.5인 이하 1인 이상 2인 이상

※ 자료: 보건복지부, 「탈시설 장애인 지역사회 자립지원 로드맵」, 2021.

3. 탈시설 관련 쟁점

(1) 그룹홈의 시설 여부

정부의 탈시설 로드맵에 따르면, 사업이 완료되는 2041년, 전체의 59%인 10,517명이 그룹홈 등 공동형주거 유형의 지원을 받게 된다([표 1] 참조). 이와 관련하여 그룹홈의 정체성에 관한 두 가지 주장이 있다.8

첫 번째는 탈시설 개념을 협의로 엄격하게 정의하여 그룹홈을 소규모 중간단계의 시설로 보는 것이다. 탈시설은 비시설로의 이주를 의미하는바, 대규모 시설에서 소규모의 그룹홈과 같은 시설로의 이전은 탈시설을 위한 중간단계로 설정할 수 있을 것이나 탈시설 그 자체는 아니라는 것이다. 이 관점은 앞서 언급한 전장연 등 탈시설 운동 단체에 의해 지지되고 있다.

두 번째는 탈시설 개념을 광의로 느슨하게 정의하여 그룹홈을 발달장애인을 위한 탈시설 방안으로 본다. 그룹홈이 시설보호에 비해서 상대적으로 제약이 적고, 지역사회에 위치해 있으며, 탈시설로 가는 중간과정이므로 탈시설이라는 것이다. 이 관점은 한국장애인시설협회 등에 의해 지지되고 있다.

(2) 중증발달장애인의 탈시설 여부

한국장애인개발원이 실시한 장애인 거주시설 전수조사(2020)에 따르면 시설 거주 장애인의 98.3%가 중증장애인이고, 80.1%가 발달장애인이다. 시설 거주 장애인의 큰 비율을 차지하는 중증발달장애인의 탈시설 여부에 관해 의견이 갈린다.

먼저 중증발달장애인의 탈시설은 불가능하고 시설을 존치해야 한다는 의견이다. 시설 부모회 등 탈시설 반대 단체는 중증발달장애인의 경우 폭력·자해 행위 등 공격 행동이 많고 스스로 생활이 불가능하여 24시간 돌봄이 필수적인데, 시설이 아닌 지역사회에서는 이를 보장하기 어렵다고 주장한다. 이는 결국 국가가 부모에게 중증발달장애인 자녀의 돌봄 책임을 떠넘기는 일이라는 것이다.9

이에 대해 해당 문제들은 정책의 개선으로 해결할 수 있는 부분이며, 부족한 탈시설 준비가 장애인 탈시설을 반대하는 근거가 될 수 없다고 주장하는 전문가들도 있다. 활동지원서비스의 강화 등으로 중증발달장애인 지역사회 돌봄이 가능하며, 탈시설 준비가 부족한 부분은 오히려 정부가 강력히 법체계를 갖추고 예산을 확보해야 한다는 것이다.10

4. 개선과제

(1) 그룹홈 시설 요소 최소화

그룹홈은 「UN 장애인권리협약」 제19조11의 거주지 및 동거인 선택권이 실질적으로 보장되기 힘들다는 점에서 온전한 탈시설의 형태라고 보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 다만 지역사회 안의 일반주택에서 생활한다는 점, 거주시설에 비해 자기결정권이 보장된다는 점, 복지정책은 재정적인 측면을 고려할 수밖에 없다는 점 등을 종합할 때 그룹홈이 시설 거주의 현실적인 대안인 것으로 보인다.

그러므로 정부는 탈시설 로드맵에 따라 대규모 시설에서 그룹홈으로의 전환을 추진하되, 그룹홈의 시설 요소를 최소화하기 위한 노력도 함께할 필요가 있다.

이와 관련하여 스웨덴의 사례를 참고할 수 있다. 스웨덴은 1997년 「시설폐쇄법」을 통해 발달장애인에 대한 특수병원은 1997년까지, 요양원은 1999년까지 폐쇄하도록 하였으며, 이후 그룹홈이 가장 주요한 장애인 주거 지원정책이 되었다.12

스웨덴은 단순히 대규모 거주시설을 폐쇄하는 것뿐만 아니라 그룹홈의 시설 요소를 최소화하기 위해 노력하였다. 「특정장애인지원법」은 장애인에게 제공되는 주거가 개인의 영구적인 가정이 되어야 하고 시설의 성격을 가져서는 안 된다고 명시하였으며, 국립보건복지위원회는 장애인 특별주택의 운영 가이드라인을 제시하였다.

스웨덴 국립보건복지위원회는 그룹홈의 동거인 구성을 중요한 요소로 간주하고 있으며 가능한 한 구성원들의 의사와 견해에 기초하여 동거인을 구성하는 것을 기본 원칙으로 하고 있다.

일반적으로 스웨덴의 그룹홈은 35~60㎡ 면적을 갖는 개별적인 공간으로 분리되며 그 내부에는 침실, 사회적 교류를 위한 공간, 부엌 등을 갖추고 있다. 식사, 요리, 세탁, 사회적 활동 등을 위한 공용 공간 또한 제공된다. 하나의 집에 여러 장애인이 사는 것이 아니라, 장애인 개인의 집이 여러 개 붙어 있는 공동주택의 형태인 것이다.

우리나라의 경우 보건복지부 지침 「장애인복지시설 사업안내」를 통해 그룹홈의 동거인 구성에 관한 사항을 정하고 있지만, 성별의 통일 외의 다른 사항은 규정하고 있지 않다. 이에 동거인 구성 시 거주인의 의사를 고려하도록 지침 개정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

장애인복지시설별 설치기준을 정하고 있는 「장애인복지법 시행규칙」 [별표 5]13는 개별공간과 관련한 사항은 규정하고 있지 않다. 거주인의 사생활 보장을 위해 개별 공간 최소면적 설정과 개별 공간 내 특정설비 의무화 등 그룹홈 설치기준 강화를 검토할 필요가 있다.

(2) 중증발달장애인 돌봄 강화 및 부모 자조모임 활성화 지원

장애인 탈시설은 시혜적 복지정책이 아니라 헌법상 기본권 및 「UN 장애인권리협약」에 따른 권리로 이해할 필요가 있다. 이런 관점에서 볼 때 장애의 정도에 따라 탈시설 여부가 결정되어서는 안 될 것이다. 따라서 중증발달장애인 또한 지역사회에서 살아가도록 지원해야 하며, 일부의 우려처럼 탈시설 후 건강이 악화되는 일이 없도록 정책적 준비를 철저히 해야 할 것이다.

이와 관련하여 유럽 국가(프랑스, 아일랜드, 스웨덴, 영국)는 24시간 활동지원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14

우리나라는 중앙정부가 최대 16시간의 활동지원서비스만을 지원하고 있으며, 활동지원서비스를 추가 지원하는 일부 지자체에 거주하는 경우에만 24시간 지원을 받을 수 있다. 거주하고 있는 지자체의 의지와 재정 상황에 따라 지원수준이 크게 달라질 수 있다는 뜻이다.

따라서 중앙정부가 24시간 활동지원서비스를 제공하여 거주지역에 따른 지원 수준을 통일하고 중증장애인의 건강한 삶을 보장할 필요가 있다.15 이와 관련하여 올해 6월부터 실시할 예정으로 사업계획 수립 단계인 최중증발달장애인 24시간 돌봄사업16과의 연계도 고려할 수 있을 것이다.

더불어 시설에 입소한 장애인 자녀 부모를 위한 정책을 실시할 필요가 있다. 시설에 입소한 장애인 자녀 부모들은 가정 내에서 장애인 자녀를 양육하다가 경제적·체력적 한계를 느끼고 자녀를 시설에 맡긴 경우가 많다. 따라서 탈시설로 인해 자녀의 돌봄 부담이 다시 부모에게 돌아올지 모른다는 두려움을 가지고 있다.

이들을 위해 탈시설 정책의 정확한 정보를 전달하고, 탈시설 장애인 부모 간 경험을 공유할 수 있도록 하는 부모 자조모임 지원 정책이 필요하다.

1980년대 캐나다 브리티시컬럼비아주(이하 BC주)의 자조모임 BC주 부모회(현 인클루전BC)는 자녀의 탈시설을 경험한 부모가 탈시설을 앞둔 자녀의 부모를 상담해 주거나 함께 그룹홈을 견학하고, 정보를 공유하는 등 탈시설 장애인 가족을 위한 프로그램을 운영하였다.17

우리나라의 경우 일부 민간단체에서 부모 간 동료 상담, 탈시설 사례 발표 등의 프로그램을 시행하고 있으나 체계적인 운영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 자조모임 활동비 및 운영비 지원사업 등을 통해 정보를 제공하고, 부모 간 경험 공유를 활성화할 필요가 있다.

5. 나가며

장애인 탈시설은 거스를 수 없는 전 세계적인 흐름이다.18 그렇지만 국제사회의 압박에 못 이겨 대규모 시설 거주 장애인의 숫자를 줄이기 급급한 정책을 펼쳐서는 안 될 것이다. 장애인 당사자 단체, 장애인 가족 단체 등의 의견을 경청하고 이를 수렴하기 위해 탈시설을 먼저 실시한 나라들의 사례를 참고할 필요가 있다.


「이슈와 논점」은 국회의원의 입법활동을 지원하기 위해 최신 국내외 동향 및 현안에 대해 수시로 발간하는 정보 소식지입니다.

이 보고서의 내용은 국회의 공식 입장이 아니라 국회입법조사처의 조사분석 결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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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탈시설(deinstitutionalization)은 장애인이 거주시설에서 나와 지역사회에 자립하여 살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을 말한다. 

  2. 이슬기, 「누구도 만족 못 하는 ‘장애인탈시설 로드맵’」, 에이블뉴스, 2021.8.3. 

  3. 김영훈, 「전국장애인거주시설 부모회 “탈시설정책, 중증발달장애인 죽음으로 몰아”」, 한국정경신문, 2021.10.12. 

  4. 고병찬, 「“함께 살자” 스티커 지하철에 붙였다고…전장연, ‘재물손괴’ 혐의로 기소」, 한겨레, 2024.1.10. 

  5. 양윤모, 「’전장연’ 해체 요구하는 장애인거주시설이용자 부모회」, 뉴스핌, 2023.12.10. 

  6. 튜브 섭식 등 1인 단독 거주가 어려운 장애인 등으로 한정하여 예측한 수치이다. 

  7. 단기생활가정(보호자의 일시적 부재 등으로 도움이 필요한 장애인에게 단기간 주거서비스, 일상생활지원서비스, 지역사회생활서비스를 제공하는 시설)과 공동생활가정(그룹홈, 장애인들이 스스로 사회에 적응하기 위하여 전문인력의 지도를 받으며 공동으로 생활하는 지역사회 내의 소규모 주거시설)을 뜻한다. 

  8. 박숙경, 「종사자가 인식하는 그룹홈 정체성 - 탈시설과 관련하여 -」, 『한국장애인복지학』, vol. 42, 2018, p. 231. 

  9. 김대호, 「[장애인 탈시설 논란]”중증발달장애인 거주시설 폐쇄는 사형선고다”」, 매일신문, 2021.10.7. 

  10. 정유림, 「[밀착취재T] 탈시설 공방, 깊게 들여다봤습니다」, TBS, 2023.4.13. 

  11. 장애인은 다른 사람과 동등하게 자신의 거주지 및 동거인을 선택할 기회를 가지며, 특정한 주거 형태를 취할 것을 강요받지 아니한다. 

  12. 오욱찬 외, 『장애인 탈시설화 정책의 국가별 사례 연구』, 2021, pp. 136-141. 

  13. 그룹홈은 거실(1명당 최소 3.3㎡ 이상), 조리실, 화장실, 그 밖에 장애인의 공동생활에 필요한 장비를 갖추어야 한다. 

  14. 전지혜, 「미국의 장애인활동지원제도와 시사점」, 『국제사회보장리뷰』, 2018, 여름호 Vol. 5, p. 51. 

  15. 강혜민, 「[팩트체크] 중앙정부는 활동지원 24시간을 지원하고 있다?」, 비마이너, 2022.9.23. 

  16. 낮에는 미술·베이커리 등 주간활동서비스를 이용하고, 저녁에는 지원주택에서 지원인과 생활하며 지낼 수 있도록 지원하는 사업이다. 

  17. 스즈키 료, 「캐나다의 지적 장애인 탈시설화로부터 일본이 배워야 할 일」, https://synodos.jp/opinion/welfare/22620/ (최종검색일: 2024.1.26.) 

  18. 2022년 UN 장애인권리위원회는 장애인 단체와 협의하여 탈시설 장애인 지역사회 자립지원 로드맵을 검토하고 「UN 장애인권리협약」에 따라 충분한 예산 등을 보장할 것을 권고한 바 있다.